2024년 04월 26일(금)



[법률칼럼] 진화하는 보이스피싱, 스미싱, 파밍,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23.05.1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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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은 목소리(voice)와 개인정보(Private data), 낚는다(Fishing)의 합성어로서 사기죄나 공갈죄의 범죄 유형에 속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비대면적’인 형태로 고도화된 기술이나 언변을 이용하여, 상대방을 금전취득의 도구로 만들어버리는 행위가 더해진 모든 범죄 유형을 통칭하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보이스피싱이라는 범죄유형에 이어서 타인의 휴대전화나 PC에 악성코드를 심어 상대방을 도구로 만들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스미싱이나 파밍 등과 같은 신종 사기 수법이 새롭게 나타나면서 해가 거듭될수록 구체적인 기망이나 협박의 방식도 계속해서 새롭게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범죄 방식은 날로 진화하는데 반해 정작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거나 피해를 최소화하여야 하는 수사기관과 금융기관의 방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있다.

먼저 보이스피싱 범죄를 당한 피해자가 절박한 마음으로 경찰서를 찾아가면, 경찰관은 피해자에게 “어차피 돈은 찾기 어려우니 진정서를 작성하고 귀가하면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연락이 갈 것이다”라고 말한다. 피해자가 금융기관을 찾아가면, 금융기관의 직원은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으니, 계좌 지급정지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안일한 대처 속에 짧은 시간에 완료되는 보이스피싱 피해는 속절없이 피해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속칭 ‘전달책’, ‘운반책’, ‘인출책’ 이라 불리는 보이스피싱 가담자들 역시 마찬가지로 피해의 덫에 빠지기 십상이다. 인출책의 업무를 맡아 돈을 전달하는 사람들은 본인들의 범죄 사실에 대해 인지하고 범죄를 가담한 사람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이들은 자신들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대신하여 대출금을 변제하여 주는 업무를 한다거나, 경매절차 내에서 경락자금을 지급받는 업무를 하는 것으로 속아서 이력서와 각종 서류들을 모두 제출하는 채용절차를 거쳐 채용되어 정식업무를 하거나 일당 10만원을 받고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믿고 ‘업무’를 시작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보이스피싱 범죄를 단죄하여야 한다는 여론에 내몰려 대놓고 특정인을 상대로 수억원을 사기를 친 사람보다 강력한 처벌을 감내해야 한다.

이렇게 보이스피싱인지를 모르고 피해 입은 피해자들과 범죄인지를 알지 못한 채 피해 금액을 운반한 사람들이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당하는 구조 속에서 보이스피싱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조직원들은 자신들의 루틴대로 거액의 돈을 벌고 있다. 이렇듯 보이스피싱 범죄는 날이 갈수록 고도화·최신화되고 있음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처벌하여야 하는 경찰관의 수사력은 답보 상태에 있으며, 사기당한 이익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에게 득이 되지 않는 계좌 지급정지를 최소한으로만 인정하려고 하는 태도를 보인다.

지금은 새로운 유형의 보이스피싱 범죄들까지도 폭넓게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정하고, 그 기준을 도식화해 유관 기관들 간의 업무 공유를 스피드 있게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되어야 한다.

보이스피싱 피해 신고가 있는 순간, 경찰은 빠르게 보이스피싱 범죄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경찰의 판단에 따라 금융기관은 지체 없이 피해금액이 옮겨 간 모든 계좌의 지급을 정지하여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럼에도 유관 기관들은 각자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송재성 법무법인 안심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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